우쿨렐레가 없다고? 베이스 기타도 네 줄인데!
며칠 전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말투를 들어보니 단순한 정보 전달은 아니었다. 무엇인가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목소리였다.
“여보, 교회 사모님이 우쿨렐레를 가르쳐 주신대.”
나는 모르는 척 대답했다.
“그래? 재미있겠네. 열심히 배워.”
그러자 역시 예상했던 다음 문장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우쿨렐레가 없잖아.”
아내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아내를 바라보았다.
부부가 오래 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음 문장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하나 사줘.’
나는 얼른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요즘 돈 없어.”
아내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비싼 거 말고, 연습할 수 있는 것으로 하나만 사면 되잖아.”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 집 어딘가에는 오래전에 사용하던 베이스 기타가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오랫동안 쉬고 있지만, 줄은 아직 네 개 달려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아주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 하나가 떠올랐다.
“우쿨렐레가 네 줄이지?”
“응.”
“내 베이스 기타도 네 줄이야.”
아내의 표정이 잠시 멈췄다.
나는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돈 들여서 새로 사지 말고, 옛날에 쓰던 베이스 기타 가져가. 그것도 네 줄이니까 비슷하잖아.”
아내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대략 이런 뜻이었다.
‘이 사람은 지금 농담을 하는 것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웃지 않고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래야 내 주장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을 얻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두 악기는 줄이 네 개라는 것 말고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었다.
우쿨렐레는 작고 가볍다. 품에 살짝 안고 연주하면 밝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베이스 기타는 크고 무겁다. 어깨에 메고 낮은 음으로 음악의 바닥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악기다.
우쿨렐레 강습에 베이스 기타를 들고 가는 것은 탁구를 배우러 가면서 테니스 라켓을 가져가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둘 다 공을 치는 운동 아닌가.
내 논리대로라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아내가 베이스 기타를 메고 교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작고 귀여운 우쿨렐레를 품에 안고 앉아 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내가 커다란 베이스 기타를 어깨에 멘 채 나타난다.
사모님이 놀라서 묻는다.
“집사님, 그건 우쿨렐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면 아내는 아마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할 것이다.
“우리 남편이 이것도 줄이 네 개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했어요.”
수강생들이 우쿨렐레로 밝고 경쾌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딩가딩가 딩가딩가.
그 옆에서 아내가 베이스 기타 줄을 튕긴다.
둥—둥—둥—.
우쿨렐레 교실이 순식간에 밴드 합주실로 바뀐다.
어쩌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가 높은 음을 연주할 때 누군가는 낮은 음을 맡아야 음악이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내의 표정을 보니 그런 설명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내가 물었다.
“그러면 바이올린 배우러 갈 때는 기타를 가져가도 되겠네?”
“그건 줄이 네 개니까…”
대답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 논리를 계속 밀어붙이면 다음에는 자동차 바퀴가 네 개니까 손수레도 자동차라고 주장해야 할지 모른다.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나도 결국 웃고 말았다.
사실 아내가 정말 베이스 기타를 들고 우쿨렐레 강습에 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새 악기를 사달라는 아내와 돈을 아끼려는 남편 사이에서 잠시 웃어보자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부부가 오래 함께 살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서로 달라진다.
아내는 생각한다.
‘우쿨렐레를 배우려면 우쿨렐레가 필요하다.’
남편은 생각한다.
‘집에 줄 네 개짜리 악기가 있는데 왜 또 사야 하지?’
두 사람 모두 자기 생각 안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다만 그 두 가지 합리성이 만나는 순간, 가끔 아주 이상한 결론이 탄생한다.
우쿨렐레 대신 베이스 기타를 가져가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내는 아직 우쿨렐레를 사지 못했다.
그리고 내 오래된 베이스 기타도 여전히 집 어딘가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혹시 어느 날 교회 우쿨렐레 강습에서 유난히 낮고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날은 아내가 결국 내 말을 받아들인 날일지도 모른다.
딩가딩가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둥—둥—둥—.
줄은 똑같이 네 개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쿨렐레와 베이스 기타는 같은 악기가 아닌 것 같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았다.
ㅎㅎㅎ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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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정말 현실적인 문제…
대안이 묘안인듯 합니다…ㅋㅋㅋ
둥둥둥둥…
베이스 소리를 우크렐레로 만들려면,베이스가 명랑소녀가되야 될텐데…될까 물러유!!
ㅎㅎㅎ
우쿨렐레 ~ 딩가 딩가
베이스~ 둥둥둥
베이스기타를 팔고
우쿨렐레를 사면 어떨까요?
에고 살땐 비쌌는디, 팔래니 팔아서 우크렐레 못사겠네유!!!!
베이스기타가 더 비싼데,, 우크렐레에 베이스기타 어떻게 어울리게 칠수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