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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Line)으로 세상을 잇다 제3화

DOS에서 AI까지 · 제3화

1990년대 초중반, 각자의 책상 위에서 외롭게 돌아가던 컴퓨터들이 마침내 서로 말을 섞기 시작했다. LAN, 즉 근거리 통신망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 ‘연결’은 지금의 와이파이처럼 보이지 않는 마법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굵은 케이블을 들고 책상 밑을 기어야 했다.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옆자리 동료에게 문서 하나를 건네려면 3.5인치 플로피디스크에 복사한 뒤 의자를 굴리거나 직접 걸어가야 했다. 프린터도 사무실에 한 대뿐이었다. 디스크를 들고 프린터가 연결된 컴퓨터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이 당연했다.

그 비효율의 벽을 허문 것이 LG 란스마트(LanSmart)였다. 나는 명동 무역회사의 의뢰를 받아 약 20대의 독립된 PC를 하나의 사내 네트워크로 묶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당시 네트워크 구축은 책상 앞에서 설정 몇 번 누르는 일이 아니었다. 굵은 동축 케이블을 들고 바닥을 기며 책상 모서리마다 선을 깔았다. 압착기로 BNC 커넥터를 찍고, T자형 커넥터와 터미네이터를 컴퓨터 뒤편에 연결했다.

모든 연결에는 순서와 규칙이 있었다. 20대 가운데 한 곳이라도 접촉이 좋지 않으면 전체 통신이 흔들렸다. 마지막 커넥터를 조이고 서버를 켤 때까지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운영체제도 숨 가쁜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DOS 위에 창을 띄운 Windows 3.1에서 Windows NT 3.51과 4.0으로, 다시 Windows 2000으로 넘어가며 사무실의 풍경도 빠르게 달라졌다.

네트워크가 열린 뒤 가장 먼저 찾아온 시련은 뜻밖에도 아이디와 비밀번호였다. 전원만 누르면 컴퓨터가 켜지는 줄 알았던 직원들에게 로그인 창은 작은 성문과도 같았다.

“김 대리, 내 비밀번호가 뭐였지?”
“부장님, 부장님 비밀번호를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결국 모니터 옆 포스트잇에 비밀번호를 큼지막하게 적어 붙이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이라면 보안 담당자가 기절할 일이지만, 그때는 모두가 로그인이라는 새 문화를 배워가던 시절이었다.

더 큰 소동은 아침 청소 시간에 일어났다. 누군가 대걸레로 선을 건드리거나 발끝으로 커넥터를 툭 치면 20대의 컴퓨터가 한꺼번에 통신을 멈췄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맥가이버!”라는 외침이 터졌다.

나는 다시 책상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바닥을 기었다. 빠진 선을 찾아 꽉 물려주면 멎었던 화면이 살아났다. 사무실 곳곳에서 안도의 탄성이 들렸다. 네트워크 관리자는 때로 개발자보다 탐정에 가까웠다.

고생을 모두 잊게 한 것은 공유의 기적이었다. 내 자리에서 인쇄 명령을 내리면 멀리 떨어진 레이저 프린터가 “위잉—” 소리를 내며 종이를 뱉었다. 디스크를 들고 뛰지 않아도 공유 폴더에서 무역 서류를 함께 열어볼 수 있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선 하나로 컴퓨터가 다 이어지네!” 직원들의 감탄을 들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바닥에 깐 것은 단순한 케이블이 아니었다. 사람의 생각과 업무를 이어주는 길이었다.

이제는 전 세계의 컴퓨터와 데이터센터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으로 AI에게 질문하면 신호는 먼 서버로 갔다가 순식간에 답을 들고 돌아온다.

건강·금융 관련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진단·치료 또는 투자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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