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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야, 한 장만 부탁했잖아!

5회

침묵하는 프린터

동사무소 서류 한 장을 집에서 멋지게 출력하려고 인쇄 버튼을 눌렀습니다. 프린터는 조용했습니다. “안 눌렸나?” 한 번 더 눌렀습니다. 여전히 침묵.

세 번째부터는 클릭이 아니라 항의였습니다. 네 번, 다섯 번, 마지막에는 손가락으로 타다닥 연속 클릭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대략 열 번, 프린터가 기억한 것은 정확히 열 번이었습니다.

뒤늦은 업무 열정

잠시 후 프린터가 덜컥거리며 살아났습니다. 첫 장이 나오자 저는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장이 나왔습니다. “여분인가?” 세 번째 장이 나왔습니다. “서비스가 좋네.” 네 번째부터는 서비스가 아니라 재난이었습니다.

취소 버튼을 누르는데 프린터는 지난 주문부터 성실히 처리했습니다. 마치 “아까 그렇게 재촉하시더니 왜 이제 와서 말리십니까?”라고 따지는 것 같았습니다.

복삿집이 된 거실

열 장이 모두 나온 뒤에야 프린터는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같은 서류 열 장을 들고 가족에게 한 장씩 나눠주려다 거절당했습니다. 그날 배운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컴퓨터는 느릴 수 있지만, 우리의 성급함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 줄  인쇄 버튼을 한 번 눌렀다면 차 한 모금 마시고 기다리세요. 프린터는 느려도 주문 수량에는 아주 정직합니다.

다음 소동도 기대해 주세요. 잠깐 웃으면 오늘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건강·금융 관련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별 진단·치료 또는 투자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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