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 인생이라는 멋진 술 한 잔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시작과 끝이 대개 비슷합니다.
“어디 병원이 용하더라”, “무슨 약이 관절에 좋다더라” 하는 건강 걱정이지요.
“거울 보기가 무섭다. 쭈글쭈글한 영감이 서 있더라”며 한숨을 쉬는 친구를 보면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동창 모임에 갔는데, 한 친구가 돋보기를 코에 걸고 메뉴판을 보더니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야! 여기 ‘노계(老鷄) 백숙’이 아주 싸다. 몸보신이나 하자!” 알고 보니 메뉴판에 적힌 글자는 ‘한방 백숙’이었는데,
눈이 침침해 ‘한방’을 ‘노계’로 읽은 것이었습니다. 식당이 떠나가라 웃어젖히면서도 한편으론 가슴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그래, 우리도 저 늙은 닭처럼 푹 고아진 신세인가’ 싶어서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시골 고향 집 마당에 있던 커다란 장독대가 떠올랐습니다.
그 속에서 수년 동안 햇볕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시간을 견딘 간장과 된장은 결코 썩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최고의 명품 씨간장이 되지요.
우리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머리에 내린 하얀 서리는 그동안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왔다는 훈장이고,
얼굴의 깊은 주름은 수많은 슬픔과 기쁨을 담아낸 아름다운 궤적입니다.
젊은 날의 팽팽함은 없을지라도, 우리에게는 청춘들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삶의 지혜’와 ‘너그러움’이라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늙어 쓸모없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아리 속에서 가장 향기롭고 진하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고개를 당당히 드십시오. 당신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맛을 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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