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하고 고맙소” 든든한 내 편에게 건네는 한마디
나이가 들면서 부부가 하루 종일 집에 같이 붙어 있다 보니, 젊을 때보다
투닥거리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삼시 세끼 밥 차려주기 힘들다”며 툴툴대는 아내와,
“이제는 집에서도 눈치가 보인다”며 괜히 헛기침을 크게 하는 남편.
별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을 벌이고 돌아서면 집안에는 팽팽한 냉전이 흐릅니다.
저희 집도 얼마 전에 대판 싸움이 났더랬습니다.
남편이 거실 불을 안 끄고 잤다는 사소한 이유였습니다.
잔소리를 퍼붓는 저에게 남편도 “늙어서 불 좀 켜고 잘 수도 있지,
왜 그리 빡빡하냐!”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더군요.
괘씸한 마음에 저녁 밥상에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반찬만 골라 올렸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묵묵히 밥을 먹다가 슬그머니 제 밥숟가락 위에 잘 익은 총각김치 하나를 올려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투박한 손을 보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내 밑천을 다 알고도 내 곁을 지켜준 유일한 사람은
바로 이 사람뿐입니다.
젊은 날 돈 못 벌어와 미안해하던 서글픈 눈빛도,
아이가 아플 때 밤새 같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울던 약한 모습도 모두 서로의 가슴에 묻어둔 채 여기
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길을 끝까지 동행해 줄 사람도 결국 옆에 있는 늙은 배우자 한 사람뿐입니다.
쑥스럽다고 마음을 숨기지 마세요.
오늘 슬그머니 손을 잡으며 툭 한마디 건네보십시오.
“임자, 영감, 미안하고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내 인생이 참 따뜻했소.”
그 무뚝뚝한 한마디 속에 온갖 세월의 파도를 이겨낸 가장 위대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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