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안경 너머로 보이는 인생의 ‘진짜’ 보물
언제부터인가 눈앞의 글씨가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해지더니,
이제는 스마트폰 문자 하나 읽으려 해도 돋보기안경을 코끝에 걸쳐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처음 안경점에 가던 날은 어찌나 서글프던지요. “아, 나도 이제 영락없이 늙었구나” 싶어 돋보기 매대를 쳐다보는
마음이 참 쓸쓸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돋보기라는 녀석이 여간 영물이 아닙니다.
얼마 전, 방바닥에 떨어진 콩알만 한 알약을 찾으려고 돋보기를 쓰고 바닥을 샅샅이 뒤지던 중이었습니다.
알약은 안 보이고 엉뚱한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거실 구석, 세월의 때가 꼬질꼬질 묻은 문틈 사이에 수줍게 끼어 있던
남편의 비상금 오만 원짜리 한 장이었습니다! “심봤다!”를 외치며 안경을 고쳐 쓰는데,
문득 웃음이 터졌습니다. 젊은 날의 그 좋은 시력으로도 못 보던 보물이,
이 삼천 원짜리 돋보기안경을 쓰니 훤하게 보이니 말입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눈이 팽팽하게 잘 돌던 젊은 날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참 많이도 놓치고 살았습니다. 자식들 커가는 예쁜 모습도 제대로 눈에 못 담았고,
늘 곁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도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이제 눈은 조금 흐려졌지만, 돋보기 덕분에 우리는 세상의 작은 것들을 더 깊고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남편의 얼굴을, 혹은 아내의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젊은 날의 팽팽한 피부는 사라졌지만, 그 주름 골골이 쓰여 있는 “당신 참 고생했다”는 눈물겨운 글씨가 보일 것입니다.
육안(肉眼)은 흐려졌으되 심안(心安)은 깊어지는 나이. 흐릿해진 세상 속에서 진짜 소중한 사랑을 선명하게 찾아내는,
우리는 참 멋진 인생의 현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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